정든 내 터전
호 당 2012.10.20
누가 알았나
음진 音塵과 매연과 불산을 녹음한
레코드판이 매일 작동하는 것을,
가끔 회 灰 맑은 음향이 나오면
황금알을 낳는 줄만 믿었지
맹수보다 더 무서운 레코드판을
옆에 두고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았지
밥상머리에 앉은 우리 마을은 따뜻했다
여느 때와 같이 논밭에 입 맞추고
다독거리면 푸짐하게 안겨 주던 터전인데
어느 날 갑자기 레코드판이 폭발하자
그렇게 무서운 줄 몰라
그저 일반 연기로만 여겼지
대피 경보에 놀라 불산가스를 잔뜩 두르고
말았지
이게 아닌데, 방심한 파도가 가슴을 친다
맹독성의 치욕이 이미 새까만 화인 火印
자국으로 남고 죽음으로 몰아간 생명과
농작물이 논밭 들판에 쓰러져 바삭거렸다
우리는 불산 가스의 눈물과 한숨과 원망이
뚝뚝 떨어졌다
산산이 가루가 된 레코드판이 지하에 스며
독을 토해내지 않을까 두렵다
돌아가기조차 망설이는 내 집 내 터전
무지와 방심과 불감증이 불러온 두려운 검은
가스가 내 심장을 위협하고 있지 않을까 걱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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