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그 시간이 가장 따듯했다

인보 2012. 10. 25. 07:41


그 시간이 가장 따뜻했다  
호 당 2012.10.24
어둠이 꽉 찬 거실을 
문명의 빛으로 쫓아내고
리모컨을 움켜잡으면 
금방 활기가 돋는다
파 뿌리 둘을 데우는 것은
부드러운 *깔개가 내뿜은 
따뜻한 입김으로 
그 공간은 아늑하다
하루를 버티기 버거운 
짐 벗어 거실 바닥에 널면 
긴장했던 고무줄이 느슨하다
가끔 전화벨에서
앳된 목소리가 파 뿌리에 
새움이 포독포독 돋는다
나란히 누우면 헐렁한 몸으로
버거운 하루를 엮다 흐린 물이
슬며시 흘러 버린다
둘만의 황금 시간은 짙어가고
모든 것을 잊고 편안한 마음만 
내려놓는다.
*주:깔개-앉거나 누울 때 밑에 까는 물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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