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보청기를 낀 사람

인보 2012. 10. 25. 14:29

      보청기를 낀 사람 호 당 2012.10.25 돋보기가 없었다면 그는 난청이 아니면 농자 聾者이었을것이다 청 청 맑은 하늘이 이유 없이 짙은 구름으로 캄캄해졌다 천둥 치는데 번개만 흐릿하게 지나갔을 뿐 비에 흠뻑 젖었다 처마 밑에 비 피하면서 애꿎은 보청기를 끄집어 톡톡 두드리다가 훅훅 불다가 귓속을 뒤집는다 중이염을 않은 것은 한 참 지났고 귓속 귀청은 층층 쌓여 저들끼리 장단치고 날뛰는데 감각이 무딘 발뒤꿈치 살갗보다 더하면 더했지 갈고리로 끌어내면 말라 시든 목련꽃 잎만 떨어진다 제구실 못한 보청기를 끼고 벌컥벌컥 화를 내고 입만 쳐다본 후 싱긋 웃는다 붉은 신호등은 그가 돋보기를 쓰든 보청기를 끼든 나와는 관계없어 항상 흐릿한 시간만 계속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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