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호 당 2012.11.14
봄날 그이를 만나 송이가루 날리며
행복한 날을 보내고 있었지요
깨물어도 귀여운 솔방울 배아에
입김 쉴새 없이 불어넣고 내 몸뚱이를
쓰다듬어 주어서 미끈하게 커갔지요
한 창 물올라 탐내는 이가 많았거든요
오직 그이에만 눈을 돌렸지요
어느 날 그이는 산비둘기 돌아다니고
송이가루 흩날림에 휩싸여 방황하듯
쏘다녔지요
집에 돌아온 그이의 바짓가랑이에
송진이 묻어있었지
아 무고한 소나무껍질에 송진을 흘리게
했다니
얼마나 괴로웠을까 즐거웠을까 상처는 어찌하려고
나는 마이신으로 박박 문질러 닦아주고 다짐을
받았죠
배신의 일은 이 한 번으로 끝맺으라고
그 후 봄바람은 잠자고 비둘기 짓는 소리 사라지고
한 눈 파는 일을 끊고 오직 솔방울 자람에 정신을
두었어요
나에 맺힌 아침이슬을 그이는 정화수로 받아 마시고
나는 더 푸르게 커 질 수 있었지요
청청한 빛 잃지 않아요
미끈하게 날씬한 몸매에서 그이의 사랑과 솔향을
풀풀 날렸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