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되돌리는 테이프 tape
호 당 2012.12.15
태백산에 눈 받아 안고 찬바람으로 내쫓을 때
춘양목도 벌벌 떠는 3월
뽀얀 흙먼지 덮어쓰고 눈알만 빠끔히 내밀고
달리는 털털이 버스는 시간도 시렁에 실어놓고
가다 서다 드디어 목적지, 여기 사회의 첫출발지점
가난의 굴레를 그대로 두른 교복차림으로 풋내기의
첫 인사는 마이크 없이 떨리는 목소리로 혓바닥이
굳어 토막 난 입술조각만 풀풀 날려 주워 모아
이어 봐도 종잡을 수 없는 문장이었다
햇병아리가 조금 더 어린 햇병아리를 이끈다고 분필을
문지르고 흑판을 뒤흔들어 어지럽혔는데 얽히고설킨
사연들과 시행착오를 실타래로 감긴 것을 *거꾸로
되돌리는 테이프에서 흐트러진 음향과 영상만이 이어진다
그곳을 거쳐 나온 이는 다 알아차려 추억으로 엮어내어
한 폭의 화폭에 그림이 될 수 있겠지
우리는 액자를 걸고 쳐다보며 껄껄거리다가 침묵했다
황혼을 두르고 그리움만큼 아름다운 꽃으로 가슴에
꽂아 둔 청자꽃병에 꽂힌 꽃이 될 것이다.
*테이프를 되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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