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
호 당 2013.1.30
거의 바닥을 들어낸 호수에
조각배 하나 움켜쥐고 좋아했다
무작정 세월을 흘리면 수위가
높아지리라 욕심부렸다
이곳저곳에서 밀물이 몰려오고
큰 배는 쉼 없이 들락거림에 힘입어
조각배는 산 고지의 깃발이 펄럭이는
것을 보고 손에 닿으리라는 욕심을 부렸다
조금만 참아 정상에서 활개치고 싶었다
호수의 돛대까지 찰랑거리는 물방울
세례를 받을 때까지 참는다
외풍이 분다
조각배의 속력 계기가 헛돈다고
헛소리 같은 구멍을 메워 두었다고
외풍 때문에 누수는 몰래 세고
수위는 낮아져 기우뚱 한다
내리지 않고 미련만 부렸다
밑바닥까지 곤두박질할까 봐
그만 조각배를 내리고 나니
수위는 오른다
곤두박질도 때를 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