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방향감각을 잃다

인보 2013. 2. 12. 15:21

방향감각을 잃다
호 당   2013.2.12
증명서를 발급받으러 가는 길
한파를 몸에 두르고 
오그라들기만 했다
벌벌 떨면서 용케도 갈아타고
찾아들었더니 많은 눈동자가
와글거렸다
건물에서 미로를 찾아 문밖을 
나섰을 때 방향감각이 사라졌다
뒤적이다시피 걷다가 망설이고 
길을 물으면 소득 없는 메아리만 
날린다 
정류소에 몇몇 눈동자도 방향을
잡지 못하는 나침반이 되어 있었다
복잡한 거리도 아닌 곳을 
최면술에 걸린 건가
술 취한 건가
주변이 빙빙 돌아 머리를 헝클어 
놓는다
제구실을 못하는 나침반을 버리고 
여인의 치마끈에 졸졸 끌려가다 
놓아주고
건널목 신호등에 찰싹 매달렸다가 
이게 아닌데
급히 떨치고 되돌아서니 
빵! 빵! 소리가 귀를 후려쳤다
자기난리 磁氣亂離가 난 것이 아닌가 
지적 저능아가 되었는가
내가 왜 이런 짓을 하지 
겨우 나침반을 진정시키니 
딱 방향이 잡혔다
방향감각을 잃은 나는 나 자신을 잃고
하마터면 인격마저 잃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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