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함지산 가는 길목

인보 2013. 2. 14. 19:36


함지산 가는 길목 호 당 2013.2.14
나목은 눈을 감고 느긋하게
봄을 향해 기도한다
시간은 충분하다, 서둘지 말고 걷자
후회할 일 없고 조급할 일 없어 
그저 느긋하게 걷자
톱니바퀴는 닳아 맛 물린 힘이 
부치는구나
때로 헛돌고 새것일 때야 꽉 물려 
질금질금 기름기 흘렸지만 
지금은 
바싹 말라 자꾸 헛돌아 쇳소리 난다
그래도 서둘지 말자 
정해진 계단일랑 벗어나지 말고 
하나씩 맞물려야 오르는데 
나 자꾸 헛발질한다
그래도 느긋해야지
마음이 바쁘면 몸만 고단하지 
젊은이가 바쁘게 뒤따르면 길을 
내어주고 
내 기운대로 오르자
새파란 풀 향기만 떠올리면
남은 힘이 솟는다 
뒤돌아보며 
느긋하게 정상을 품 안에 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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