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3

바람은 벽을 만들고 말이 없다

인보 2013. 3. 29. 08:31

 

바람이 벽을 만들고 말이 없다 호 당 2013.3.29 같은 꽃밭에 코스모스가 색깔을 달리하여 꽃을 피웁니다 바람 타는 방향이 달라 엇박자로 바람 받아 요리하는 비법을 펼쳐 곡예의 레퍼토리도 달라집니다 바람맞으러 나가 캄캄한 어둠의 바람꽃에서 묵향을 끌어들여 교묘히 색깔에 변화를 주는 묘술에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워내어 손뼉 받습니다 이편은 바람의 묘술을 붕붕 띄어 거미줄을 줄줄이 뽑아 시구로 얽어서 수려한 문장으로 만든 요리를 씹을수록 묘한 맛을 냅니다 맛있다는 입방아가 분주합니다 양편은 바람의 발자취를 끌어들여 자기 영역을 넓혀 서로 맞닿습니다 고슴도치가 가시를 새우고 흐릿한 바람 속 구멍으로 들어갑니다 그 지점이 자존심이 일으킨 바람의 벽입니다 영역을 양보할 수 없다는 삐뚤어진 바람의 곡선 햇볕을 받아도 사그라지지 않고 도리어 색깔을 선명하게 경쟁적으로 피우고 있습니다 꽃 색다른 코스모스는 각기 묘술의 자존심으로 헝클어진 머리카락 날리고 빗으려는 생각 없이 입 다물고는 바람의 벽만 두껍게 쌓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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