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산 函芝山
호 당 2013.10.18
*함지산은 함을 짊어지고 막 외치는 것 같다
그의 외침은 봄에는 연푸른 목소리로 가을엔
울긋불긋한 고함을 토해 함 사라 외친다
나는 느낀다, 함지 아비의 신들린 것처럼 온갖
산새 짐승을 불러드리고 함 속을 알아맞히라
소리친다
그들은 어리둥절하여 마구 함진아비 등 뒤 주위를
헤맨다
그는 창창한 푸른 날개 퍼덕이는 독수리처럼 용맹하여
함 한 짐 짊어지면 여름 소나기 맞아도 눈 한 번
비비고 고래고래 소리 지른다
겨울 눈 덮어써도 몸 한 번 흔들면 우수수 하얀 눈
떨어진다
폭폭 발 빠져도 눈 오는 날 똥개 날뛰듯 신이 난다
그의 등 기어오르려는 발자국들을 애교로 보고
안아 올리고 뒷덜미 끌어 주고 등에 올려놓고
더덩실 함 사라 외친다
수려한 몸매에 늘씬한 키에 처녀는 물론 아낙네까지
한 번이라도 사귀고 싶어 당당히 졸라매고 나선다
이런 사정을 알아차린 함지산은 요소마다 쉼터를
차려 놓고 급하게 오면 체한다고 채근한다
나는 창문 열면 그의 숨소리와 푸른 눈동자를 바라볼
수 있어 여간 행복하지 않다
굳이 네가 가까이 함지고 안 와도 푸른 기상과 용맹을
비춰 기를 흠뻑 받는다 함을 짊어진 함지산.
*대구 북구 운암지에서 바라볼 수 있는
해발 287.7미터의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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