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들은 꽃들
호 당 2013.10.18
세월을 이겨낸 이가 핏기 엷은
꽃이 되어 모여들었다
향기는 없지만
시간을 달래려 붓을 들고 바라는 건
한줄기 물 한 모금 입에 부어
삶을 충전하고 싶은 것
시들은 꽃들도 끼리끼리 맥을 엮어
불을 거친 까끌까끌하고
까칠한 것을 씹는 것보다
부드러운 촉감의 아가씨
손맛이 더 낫다 한다
여기서도 더 외딴곳에 핀 꽃에
높은 계단에서 아래를 바라보며
우쭐한 꽃이라 착각에 빠진다
생수든 숭늉이든 거기가 거기인데
우월감은 자기만족이야
시들어 얼마나 더 버틸지 몰라
불을 거친 것은 소화하기 좋아
충전하기에 딱 알맞다
시의 맹아가 지표를 들춘 것이 보여
이것으로 시간을 달랬으니 충분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