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호당 2014.1.3
한평생 연애질 못 한 내게
때아닌 봄 태풍을 몰아와서
달콤한 연분 날리고 지나갔다
태평양에서 발달한 태풍 마귀가
그녀에 뒤집어씌웠는지
나를 머리에 꽃다발을 씌워주고
연분홍 향기를 뿌렸다
복사꽃 피고 사과 배꽃이
수정의 준비를 마무리 못 한 채
태풍은 휘감아 돌아 뚝뚝 떨구고
그녀에 씌운 마귀 바람이
훌쩍 지나갔다
꿈속에서 깬 듯
태풍이 핥고 간 잔상은
아무렇지도 않게
세상을 굴러가고 있었다
아픔도 슬픔도 없이
잠시
황홀한 잠에서 깨어났을 뿐이다
곱게 지나간 태풍, 고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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