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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초 인간
호 당 2014.1.17
뿌리박고 다독여 앞장서서 끌어당기는
일 마다치 않아 난초나 백합처럼 고고한
향기를 뿜던 것이 흙을 버리고 물에 풍덩
뛰어들어 부초가 되었다
변해도 너무 달라졌다
아는 만큼 알아 뻥 뚫어 놓은 나만의 굴이
자꾸 허물어져도 보수도 더 파고들기도
생각도 하기 싫어
수련 水蓮은 이파리 떨구는 일 뿐
꽃대 꽂았다, 뽑았다, 흩었다, 모았다,
하는 것이 마음 편해
뼛속 공동이 넓어진들
지금 이 시각이 편하면 돼
아무렇게나 떠다니다 부딪는 곳이면
뿌리를 길게 내려 보지만
여기서도 싫증이 나면
또 떠나 물 맑은 곳 찾으면 돼
고고한 품격인 난초가 부초로 둥둥 뜨자
모든 것은 내리고 부유하다 겨울 만나
윗몸 버려도 새봄 기다리면 되지만
기다리다 기다리다 온몸이 얼어버려
소생은 하늘나라에서 꿈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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