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문고리를 잡는데 망설이다

인보 2014. 4. 23.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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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고리를 잡는데 망설이다 호 당 2014.4.23 내 성장의 나이테는 꼬불꼬불한 협곡이었다 가슴속에 썩지 않는 생각 한 꾸러미 꺼냈을 때는 수치의 흙탕물이 흐르고 감추었을 때는 날아가다 잡힌 참새 마음 문풍지는 사시절 떨었다 내 아킬레스건이 밟힐까 봐 꼭꼭 숨겼다 보릿고개는 시도 때도 없어 가팔라 입에 풀칠하기 힘들었다 나에겐 배움은 사치였다 꽃의 시절은 가뭄으로 억지로 핀 꽃 빛바랜 누더기 같은 세월을 흘렸다 세월의 주둥이에 고깃덩이로 막아도 남아 철철 넘치는 댐 물처럼 풍요의 시대 내 허울은 참기름이 줄줄 흐르고 안쪽으로는 캄캄한 밤의 고양이 눈 빛 좋은 개살구로 살 것인가 언제까지 까막눈으로 지새워야 하나 노을이 지기 전에 자존심의 혓바닥 삼키고 문고리를 잡자 모임에 꼬리 밟힐까 봐 돌돌 감은 뱀처럼 도사리기만 했던 짓거리를 꼬리 확 풀어 흔들어야겠다 문고리를 잡고 힘껏 당겼다 동병상련의 눈동자에 박수 세례를 받고 지금부터 문자의 이파리를 움켜잡을 수 있어 막힌 하수구가 뻥 뚫려 콸콸 흐른다 귀청이 유쾌한 듯 리듬을 탄다 마음 놓고 문고리를 잡고 들락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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