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은유의 뒷골목

인보 2014. 7. 1. 08:27

 

      은유의 뒷골목 호 당 2014.7.1 은유의 뒷골목엔 미로가 있다 희비쌍곡선 같은 사건들이 도사리고 잘만 추스르면 미로를 통과하여 꽃 한 송이 갖고 나온다 햇살 쨍쨍해도 마음 놓고 톤을 높이거나 주먹 쳐들어 내로라하는 이파리 풀풀 날리지 못하는 나 은유의 미로를 걷는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우뚝한 나무로 풍성한 열매 맺어 뿌리지 못한 삶이 고사목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은유의 뒷골목에 자선의 냄비 같이 돕는 손이 있을 걸 몰랐다 바삭거리는 몸, 주름을 휘어잡고 옹이를 틀어막고 삭막한 사막에서 신기루를 만나거나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음을 몰랐다 나는 대로를 질주는 엄두도 못 냈지 서행이나 기껏 80킬로 정도는 몇 번 달렸지 오늘은 노을 두르고 은유의 뒷골목에서 자동문을 기웃거렸더니 예쁜 눈동자의 손짓에 들렸다 내 거동을 살피고 미로에 막힌 것이 있음을 직감한 그녀의 예쁜 손길은 재빠르게 친절하게 내 심연의 먹물 같은 것을 샅샅이 씻어 주었다 먹먹한 삶이 갓 피어난 꽃봉오리를 맞은 기분 은유의 뒷골목 미로는 환한 밝을 빛 안아 편안하게 헤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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