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유의 뒷골목
호 당 2014.7.1
은유의 뒷골목엔 미로가 있다
희비쌍곡선 같은 사건들이 도사리고
잘만 추스르면 미로를 통과하여
꽃 한 송이 갖고 나온다
햇살 쨍쨍해도 마음 놓고 톤을 높이거나
주먹 쳐들어 내로라하는 이파리 풀풀 날리지
못하는 나 은유의 미로를 걷는다
자신이 걸어온 길이 우뚝한 나무로 풍성한
열매 맺어 뿌리지 못한 삶이 고사목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은유의 뒷골목에 자선의 냄비 같이 돕는 손이
있을 걸 몰랐다
바삭거리는 몸, 주름을 휘어잡고 옹이를 틀어막고
삭막한 사막에서 신기루를 만나거나 오아시스를
만날 수 있음을 몰랐다
나는 대로를 질주는 엄두도 못 냈지
서행이나 기껏 80킬로 정도는 몇 번 달렸지
오늘은 노을 두르고 은유의 뒷골목에서
자동문을 기웃거렸더니 예쁜 눈동자의 손짓에
들렸다
내 거동을 살피고 미로에 막힌 것이 있음을 직감한
그녀의 예쁜 손길은 재빠르게 친절하게
내 심연의 먹물 같은 것을 샅샅이 씻어 주었다
먹먹한 삶이 갓 피어난 꽃봉오리를 맞은 기분
은유의 뒷골목 미로는 환한 밝을 빛 안아
편안하게 헤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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