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호박벌

인보 2014. 7. 3. 14:46

 


 

      호박꽃 호 당 2014.5.19 외진 곳 핏기 엷은 호박벌은 주름을 짊어지고 그들 낙원이 벌집인 듯 호박꽃에 모여들었다 무료를 달래려 제법 유식한 채 붓끝에 향기 잃은 먹물을 흘리고 한줄기 물 한 모금 머금고 삶을 소진 않으려 맥 빠진 입술만 들썩거려 잘난 체한다 고슴도치 살친구 끼리 모이듯 맥을 엮어 높은 선반에 놓인 벌꿀 같은 반열이 된 듯 으슥하여 훌쩍 밖을 나가 반들반들해도 야문 것이라 타박한다 그리하여 부드러운 촉감 찾는 것이 한 계단 위에서 날갯짓이라 자부한다 호박벌 무리에 입이 큰 이, 작은 이의 구별이 목청에서 드러나고 그 무리를 휘저어 마음대로 소용돌이에 몰아넣어 빙빙 돌린다 갑의 자리인 듯 착각은 자유지만 잘난 호박벌로 윙윙 나래를 쉴 새 없이 퍼덕인다 외딴 호박벌들이여, 네가 더 외딴 소외된 것이라 생각 말라 원래 이곳은 보시의 빗방울 내린 곳으로 같은 시해 받는 것이야 아무리 날갯짓해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걸 충혈된 눈은 어둑어둑하기 마련이야 양 날개에 몰아넣어 이끌고 나가는 호박벌 기울어가는 어깨 펴봐야 별것 없어 나는 부드러운 젖꼭지에서 불을 거쳐 온 젖을 핥아 젊은이가 내려 준 보시의 빗방울 달게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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