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를 맺고 말겠다
호 당 2014.7.1
오래 묵어 마른 가지를 더 많이 안은 감나무가
호시절 봄을 맞아도 세월에 눌려 흘려버린
욕망을 지금에서 꽃 몇 송이만 달았다
짓궂은 바람마저 획획 불어 소중한 꽃을
떨구려 한다
나는 한사코 햇볕에 고해 막으려 애썼고
다행히 잎사귀는 넓혀 몇 안 되는 꽃에
벌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늦서리에 가슴 오려내듯 아픔을 참아
구문의 입김을 확확 불어 시련을 이겼다
놓친 시간에는 ‘ㄱ, ㄴ’ 이파리가
떠내려간 것을 지금 와서 크게 느껴 다시
‘ ㄷ, ㄹ’에 꽃피워 감을 익히려 한다
늙은 감나무에 ‘가, 하’감 익혀야 한다
장마가 오든 삼복더위가 오든
몇 가닥 푸른 가지에 매단 어린 감을
키워야 한다
뒤편은 바람도 시원찮고 골방 같은 환경에서
알갱이 키우는 데 힘을 쏟는다
모진 시련이다
에어컨 바람은 전력의 계기에 묶였고
땀 흘리면서도 감 알갱이 살찌워 내야 한다
강력한 해님 달님의 울력에 힘입어
내 감은 무럭무럭 커간다
지각변동이 없는 한 우박은 없다
고목에 단 ‘가, 나’의 감을 익히려는
몸부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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