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4

열매를 맺고 말겠다

인보 2014. 7. 1. 19:26

        열매를 맺고 말겠다 호 당 2014.7.1 오래 묵어 마른 가지를 더 많이 안은 감나무가 호시절 봄을 맞아도 세월에 눌려 흘려버린 욕망을 지금에서 꽃 몇 송이만 달았다 짓궂은 바람마저 획획 불어 소중한 꽃을 떨구려 한다 나는 한사코 햇볕에 고해 막으려 애썼고 다행히 잎사귀는 넓혀 몇 안 되는 꽃에 벌을 불러 모을 수 있었다 늦서리에 가슴 오려내듯 아픔을 참아 구문의 입김을 확확 불어 시련을 이겼다 놓친 시간에는 ‘ㄱ, ㄴ’ 이파리가 떠내려간 것을 지금 와서 크게 느껴 다시 ‘ ㄷ, ㄹ’에 꽃피워 감을 익히려 한다 늙은 감나무에 ‘가, 하’감 익혀야 한다 장마가 오든 삼복더위가 오든 몇 가닥 푸른 가지에 매단 어린 감을 키워야 한다 뒤편은 바람도 시원찮고 골방 같은 환경에서 알갱이 키우는 데 힘을 쏟는다 모진 시련이다 에어컨 바람은 전력의 계기에 묶였고 땀 흘리면서도 감 알갱이 살찌워 내야 한다 강력한 해님 달님의 울력에 힘입어 내 감은 무럭무럭 커간다 지각변동이 없는 한 우박은 없다 고목에 단 ‘가, 나’의 감을 익히려는 몸부림이다.

'자작글-0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추억의 강물에서  (0) 2014.07.04
호박벌  (0) 2014.07.03
은유의 뒷골목  (0) 2014.07.01
도서관의 풍경  (0) 2014.06.29
울타리에서 참새 한 마리 날다  (0) 2014.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