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5

팔공산 갓바위를 찾아

인보 2015. 1. 17. 12:29

  

    팔공산 갓바위를 찾아

    호 당 2015.1.16

    팔공산 푸른 위용이 내 앞자락까지 뻗쳐
    나를 충동했다
    약사 여래상을 찾아 부처님의 그늘에 들어보라고
    팔공산 초목들이 갓바위 약사여래 상의 숨결이
    스며 있을 거라고
    이러한 움직임에 발걸음을 옮겼다

    양편으로 덮은 서늘한 기운 속으로 들면 짙은
    솔 향이 힘을 북돋운다
    약사여래 불심까지 뻗칠 거라는 믿음에 발자국이
    힘차다
    팔공산을 오른다
    돌계단을 밟아 오른다는 것은 목적지까지
    거리를 좁혀 상승한다는 것이라면
    힘 안 드는 상승은 어디 있겠나
    박힌 돌 하나하나에 불심에 베여있을 것이라 믿어
    일행에 힘 실어준다

    세월에 맡기고 시간을 정한 것도 아닌데
    떡갈나무도 마주하고 푸른 이끼도 어루만지고
    생을 피우고 있는 것은 너나 나나 마찬가지야
    내가 숨 쉬고 세끼 잇는 것도 공생의 연에서
    지금 서로 마주하고 있는 거야

    쉬엄쉬엄 땀을 훔치고 갚은 숨을 고르고
    갓바위 약사여래 앞에 선다
    위용에 내 옷깃을 여미고 정중히 참배한다
    꿀벌들이 여왕에 매달린 꿀벌 덩어리 같다
    소원은 자신에 빌어라, 불심을 네가 만들라
    여래상의 미소에 마음이 고요해진다
    멀고 가까운 산들이 흔한 풍경에 무심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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