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5

은유의 꽃향기를 캐려

인보 2015. 2. 13. 22:25

 
은유의 꽃향기를 캐려  호  당  2015.2.13
누구의 입속에 머물렀던 은유의 향기가 
용해되어 수도관으로 흐른다
한 움큼 잡으면 이미 손때 묻어 용해된 것을 
알아차린 것도 무척 오랜 시간을 써버렸다 
남의 손때 묻은 것도 모른 채 새것인양 
진짜 행세로 포장했다 
손때 묻어 거쳐 간 은유를 내 어눌한 문맥에 넣고
좋아한 것이 부끄럽다
이것이 아닌데 내 것을 찾아야 해
금맥을 찾아 캐듯이 무작정 파고들었다
사유의 골짜기로 깊이 들어가서 머리를 동여매고
사색의 발걸음으로 배회했다
서림 속으로 들어 파헤치려 눈동자를 빠르게 굴러
피톤치드 버금가는 문맥을 끌어냈다
비슷한 은유의 꽃잎을 모두 끄집어 꿰인 것이
수두룩 쌓였다
정년 내게 단비 내려주지 않으려나 
금광맥이 있을 것이라 믿고 파고들어 가서 쏟아낸 
*버력이 3톤은 훨씬 넘었다
그 속에 혹시나 내 은유의 냄새가 휩싸여
묻혀있을 수 있겠다고 믿었다
원심분리기라도 있었으면 쉬웠을 텐데
다시 파헤쳐서 있을 듯한 버력을 빻고 
채로 걸러내고 조리로 건지고 사금 채취하듯 했다
흘러간 것은 이미 손때 묻은 은유요
남은 한 알 
광채 뿜어 향기 날듯 말 듯한 은유의 꽃 하나
이것은 남들이 보면 가당찮은 은유일지 모른다
마지막 한 알이 내게 은유의 꽃향기를 기대한다.
*광석이나 탄을 캘 때 나오는 광물이 섞이지 않은 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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