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
호 당 2015.2.11
바삭 마른 산기슭에서 성깔 깔깔한 내가
입은 옷자락에 불이 붙었다면
아마 내 탓에 돌리는 이가 많을 걸
느긋하고 촉촉하게 는개 베인 천 바닥에
불났다는 말은 못 들었다
발화점은 화가 치밀어 있는 것에
심기를 건들었던 곳이 아닌가
성냥개비 라이터는 얼씬 안 했어도 등산복이
쇠 코쟁이에 정확하게 꽂았을 거야
메마른 심기는 폭발하여 화를 일으킨 것이리라
그 와중에 미친바람이 부채질해서
생을 태워버리는데 신난 듯 날뛰는 것 같아
화를 당하다니
산을 푸르게 살찌우려 3, 40여 년 동안
산을 지키고 자연에 이바지했거든
심기를 건들었잖아
찬물로 세례하고 진정시켜드려라
심기를 다스리는데 헬기랑 소방호스가 제격인데
꼬투리를 잡힐 일 남기지 말라
밤사이 꼬투리는 화를 꼬리 친다
바삭 마른 인정머리에 깔깔하면 발화점 의심받아
느긋하고 촉촉한 감촉이 베인 이에
화기는 근접 안 한다
냉수 한 사발 올려 산불을 다스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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