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호당/ 2020.4.11
그 친구는 촛불 마지막
촛농까지 써버리고
스르르 꺼졌다
신음이 핏줄에는 물론
타인까지 가슴 찌르는
삶이 얼마나 고통인가
촛농 탁탁 소리
죽음의 예고 소리지
아픔이 아니다
마지막까지 자기를 비워내는
살붙이도 꺼릴 항문의 냄새는
스스로 지우고
사막 도마뱀 같은 삶
뜨거워진 모래더미
두려워하지 않고
그 속으로 파고들어 생을 잇는다
누구에게도 전가할 수 없는 내 몫
내 안에서 삭인다
마지막 남은 촛농
생명의 꽃이 점점 시들어진다
끝까지 들려주고 싶지 않은 신음
스르르 긴 잠으로 잠긴다
어릴 적
똥오줌 가린다고
칭찬받던 자랑거리
마지막까지 갈무리한 삶
얼마나 아름다운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