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생이 생각/호당/ 2020.4.12
내 고향 사투리
냉이를 나생이라 한다
응달 산기슭 잔설이
마지막
찬 혀뿌리 녹아내릴 때
나생이 캐려
예닐곱살 또래와
논밭으로
쏘다닌 그리운 추억
납작하게 들러붙은 나생이
아래로만 쭉 내린
흰 종아리 같은
호미 한 번 툭 찍으면
흰 뿌리 숭숭
하얀 뿌리 해님보고
찬바람 춥다고
뿌리털 부르르 떨고
찐득한 논바닥 나생이
툭툭 두세 번 쳐야
나 혼자 갈 수 없다고
진흙 달고
몇 번 어르고 달래고 다독이면
그제야 맨몸으로 항복
꼬맹이끼리 경쟁이나 하듯 다투고
그래 봐야 한 줌 안 되는 나생이
코흘리개 주린 배 움켜쥔 내가
‘나’ 나는 ‘생’ 생이 깊게 뿌리 박혀
‘이’이미 지난 어릴적
추억 캐는 나생이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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