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0

금붕어처림

인보 2020. 4. 10. 10:43


금붕어처럼/호당/ 2020.4.10
둥근 어항에는 금붕어가 
연못이나 양어장인 줄 착각하는 듯
오직 자기만을 위한
즐기는 시간을 입 뻐끔뻐끔 
‘사회적 거리 두기’ 
코로나바이러스로 가슴 찌르는 말
내겐 뾰족한 묘수 없어
금붕어처럼 지내기로 했다
이왕이면 연못처럼 파랑을 만드는 
신선한 바람도 끌어들여 
물갈이 후 외부차단 
거실 이방 저방 부엌 베란다 차례로
밟아 뱅뱅 헤엄친다
지느러미 꼬리처럼 팔은 높이 
다리도 높이  
가끔 물병 뻐끔뻐끔 금붕어 흉내 냈다
30분을 못 채워 지친다
수초 속에 잠기듯 서재에 묻혀
시집 몇 장 물어뜯고 숨차면
수면위서 긴 호흡 
팝콘 바삭바삭 받아넘기고
밖에서 아가미 힘차게 여닫이 한들
금방 부레 찌그러질 텐데
무슨 배짱으로 밖에 나가
코로나바이러스 마중할라
어항에 잉꼬 날아 멱감고  있어
금붕어처럼 지내기는 쉬운 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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