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산/호당. 2020.11.7
이제야 산의 본성을 드러냈다
봄을 거쳐 여름을 건너는 동안
욕망을 허겁지겁 끌어모아
푸르게 살찐 것은 허욕의 상징이다
천둥과 번갯불이 벼락이 된다는데
이것쯤 두려움 없이 거침없이
약지를 누르고 제 체위만 키우려했다
태풍에 폭우에 끄떡없이 버티고
조무래기 넘어지고 뿌리 뽑혀 사라지고
어쩔 수 없이 나도 버텨야
여분 손쓸 여지없었다
이제 제 몸 추스르고 모든 욕망을
벗어던지고 원점으로 돌아간다
산이 훤히 드러내 보인다
늦었지만 본성으로 돌아가
겨울 동안 깊이 자성의 눈을 감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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