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호당/ 2020.11.6
매미는 트로트 가수다
굴밤나무 든 은사시나무든
임자 있든 없든 찰싹
붙으면 제 영역이 된다
자기 목소리로 노래 불러
듣는 이 있든 없든 좋아하든 말던
상관할 게 없다는 듯
제 신명을 부린다
여름 내내 놀고 노래하고
땀 흘리는 개미나 사람
개의치 않는다
그는 세상을 바로 알고
있는지 없는지
숲 동네에서 추방당하지 않는 것은
숲을 망가뜨리는 일 없이 듣기 좋은
노래로 즐거움만 주기 때문
가수는 청중이 많을수록 울대는
하늘 치솟으려 하는데
매미 근성을 탐내지 말라
한철은 잘 지내겠지만
겨울은 어떻게 하려나
개미는 눈에 띄지 않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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