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시의 발돋움/호당, 2020.12.7
내 뱃속에 시의 배아가 있는 줄 몰랐지
어렴풋한 저녁에 한 줄기 빛이 나를 향해
되쏘고 있는 것을 보고도
이것이 무슨 징조인지 몰랐지
어디를 가든지 시내를 벗어난 곳이면
마음속에 꿈틀거리는 꼬리말 같은 것을
각색하고 거풍시켰지만 시라는 것은
가당치도 않았을 거야
무조건 쓰고 보자
밤 하는 별똥별이 지리고 간 물똥이 있는 줄 믿고
책장을 뒤집고 도서관 문지방을 반들반들 닳게
하고 인터넷을 훑어내고 무엇인가 어렴풋이
침전물이 뜨는 느낌을 얻었으니까
카페에 올렸더니 꼬리말이 좋아 내 뒤꿈치는
점점 높아지더군
경전을 읽을수록 콩물이 우러나와 간수 넣고 끓였더니
이리저리 얽혀 두부 형체를 이루었어요
설익은 연두부도 아니고 비린내를 풍겼지요
시는 내 심연 깊은 곳에서부터 싹을 키워
쟁반에 받아 놓으면 미숙한 시의 꼬리와 몸짓
싹을 올곧게 틔워 올릴는지
아직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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