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인보 2021. 5. 23. 19:43

산  /호당. 2021.5.23
가까이 있는 산은 
친구이면서 그가 소심할 때가 있다
한해 한 번씩 자기 본대로 
훤히 드러내고 참선하는 듯
할 때가 있다
참선할수록 차가운 몸으로 
자기 생각도 날카롭게 
가감 없이 보인다
마치 x선을 통과한 골격처럼
적나라하게 들어 보인다
누가 저 산을 한 계절 
욕심부리고 막 배를 불리다가 
알록달록한 괴질에 걸려
헤어나려 훌훌 털어낸다고 말한다
겨울 산은
칼날 같은 메스를 들어내어
본성 그대로 보인다
그러면
내 문장이 섬뜩해진다
극명하게 나타나서 
부연도 할 수 없는 
간결한 문장 같은 
내 문어는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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