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는 쓰러지지 않는다/호당/ 2021.9.6
쌀쌀한 겨울바람 맞는 갈대가
산기슭에서 서걱서걱 소리 낸다
누추한 옷매무시를 하고
저무는 그늘 맞아 움츠리는 갈대
미친바람 분다
쓰러질 듯 쓰러질 듯
버티는 갈대
공사판 시멘트 자갈 지고
꼬부라진 가장
갈대는 휘어지지
쓰러지지 않는다
하루 일을 마친 새 떼들
배를 불리고 집으로 간다
내 등짐에서 밧줄 늦추면
우르르 쏟아지는 시멘트 자갈
이렇게 가벼울 수가
퇴근한 배는 홀쭉하고
허연 갈대는
휘어지지 쓰러지지 않는다
가정을 짊어진
가장이란 이름 하나 휘청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