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타는 아가씨에/호당/ 2021.10.5
그 시절 보릿고개는
짚신 한 짝 잃고
야단맞는 것보다 더 서러웠지
봄은 어김없이 찾아와
아가씨 가슴을 콕콕 찔러
한창 물 올리고 있었고
창문 너머 냇물은 처녀 가슴 쓰담 듯
졸졸 흐르고
냇물 건너 햇볕에 달군
창문이 있음을 안다
그녀는 하루에도 여러 차례
빨래질하기 알맞은 냇물을 헤적이다
마지막 걸레라도 헹구어야
봄을 삭이려는지
백로가 은피리 쫓다 하늘 바라보듯
창문 쪽으로 시선이 봄 아지랑이 같다
창안의 총각은 태연한 듯
부실한 아침밥 벌써 홀쭉한 배 움켜
달래기 바쁜데
신기루처럼 떠오른 추억 하나
처녀 가슴에 먹물 튀지 않았으면
나처럼 늙어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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