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장을 위하여/호당/ 2021.10.5
매일 영감이 뜬다면야
옹달샘도 아니고
가뭄에 마른 샘
억지로 더 헐고 깊이 파서
물이 고이도록 하다니
메마른 가슴에
무슨 시심이 싹 터 나올까
옆 친구가 나를 보더니
어깨를 툭 쳤다
화들짝
저기 봐
저 아가씨 예뻐 볼수록 매력이야
나이는 예쁘다 추하다
구별할 수 있어
나이는 늙지 않아
사람이 늙지
저런 시절 겪었나
보릿고개 넘느라
아름다운 시절을
먹는 데만 써버렸지
백지는
오늘도 하얗게 기다리고 있다
예쁜 아가씨를 보고
마른 샘에서 물이 불쑥 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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