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호당/ 2021.10.28
환한 대낮은 햇볕만
따스하게 내린다
운암지는 너무 조용하고
초등학생 한 반이
야외 수업 중
아주 조용하기만 하다
적막은 내 마음에 고인
흐트러진 물이다
맑게 가시지 못해
캄캄한 동굴에서
오도 가지도 못 해
속수무책이다
나의 오전이 무위로
채워진다는 게 안타깝다
그냥 걷는다는 일념으로
여기 벤치에 앉아 보면
밝은 가운데 적막에 갇힌 듯
가슴 답답하다
용솟음칠 듯한
불쑥 기운이 뻗는다는 것은
과한 허욕이다
운암지 산책길에
내 걷는 발바닥은
적막만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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