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21

적막

인보 2021. 10. 29. 08:24



적막/호당/  2021.10.28
환한 대낮은 햇볕만 
따스하게 내린다
운암지는 너무 조용하고 
초등학생 한 반이 
야외 수업 중 
아주 조용하기만 하다
적막은 내 마음에 고인 
흐트러진 물이다
맑게 가시지 못해 
캄캄한 동굴에서 
오도 가지도 못 해 
속수무책이다
나의 오전이 무위로 
채워진다는 게 안타깝다
그냥 걷는다는 일념으로 
여기 벤치에 앉아 보면 
밝은 가운데 적막에 갇힌 듯
가슴 답답하다
용솟음칠 듯한 
불쑥 기운이 뻗는다는 것은
과한 허욕이다
운암지 산책길에 
내 걷는 발바닥은 
적막만 밟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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