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브/인보/ 2022.9.25
그 많은 면의 마음이 뭉쳐있다
이걸 들고 회전하거나 비틀어
한 마음이 될 때
깔깔거리는 장면을 보면 행운이 온단다
이 뭉치를 처음 대하는 여인처럼
서툰 언어로 떨리는 가슴 짓누르고
비틀어 마음을 떠본다
그녀의 낯빛이 시시각각 변하면서
나를 조소하는 듯 혀를 날름거린다
너와 나는 한 테이블에 마주하여
대화는 늘 엇박자로
교묘히 이리 돌리고 저리 돌려
나는 그때마다 이리 틀고 저리 틀어도
태연한 듯 받아넘겨 색깔을 달리한다
나는 익지 않은 살구를 내 것인 양
따려 하고 그녀는 빛 좋은 개살구로
나를 실험하듯 낯빛 좋게 대한다
아무리 좋게 보여도 일제히 같은 색깔로
깔깔 웃기는 틀렸다
처음 맞는 큐브를 비트는 짓은
빛 좋은 개살구 같은 여인을 맞나
내 애인으로 만들려는 허튼수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