톱밥공장
호 당 2006.9.6
이렇게 무참히 징발당해
향수에 젖은 친구들이
산더미처럼 모였다.
나무로서
내 몸 불리고
잎 파리 팔랑거리며
기쁨 숨 뿜어내어
산을 살찌우기도 하고
산새들 보금자리도
만들어 주었건만
몸통만 남은 신세
나무란 이름 대신
목재로 개명하고서
대궐에 대들보가 돼 든
큰 기둥 돼 든
큰 몫 했으면 좋으련만
톱밥으로
개명하라 재촉하며
내 몸
갈기갈기 부숴버리네
할 수 없지
어차피
흙으로 돌아가는 신세라면
거름이 되어
토양을 살찌우고 싶다
몇 번 개명한들
본성을 잊을 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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