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노점 과일 장수

인보 2010. 1. 8. 18:17

 

        
      노점 과일장수
      호 당 2010.1.9
      좌판의 과일은 
      찬바람 맞고 움츠리고 있다
      기다리는 골목으로 
      발자국이 밀려오더니
      옆구리를 스치고 꼬리 숨긴다
      한 발 지나면 
      널려 있는 좌판인데
      나에게만 신발이 닿기를
      바라는 마음은 욕심이겠지
      골목을 가득 채운 찬바람이 
      꼬리를 잇고 달려와서 
      뺨을 핥을 때 모진 세월 속에 
      헤엄치기가 캄캄한 밤중이다 
      분 냄새 풍기는 하이힐이
      마음의 알갱이에 구린내로 
      감싸고 있는지 
      분 냄새가 아깝도록 밉다
      겉과 속이 달라
      내 좌판에서 한 알이라도 
      더 덜어내려는 손바닥에서
      얄미운 털이 돋는다
      사람냄새가 뜸하면 
      마음은 좌판 아래로 앉는다
      그때 허공에 
      새카만 눈망울이 얼른거리고
      아내가 날린 미소의 파장이 
      눈동자를 핥고 숨는다
      어둠은 잠들지 않은 발을 재촉하고
      마음은 벌써 현관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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