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변성기를 거치다

인보 2010. 8. 3. 18:03



변성기를 거치다 호 당 2010.8.3 산등성이에 깊게 쌓인 눈이 나 모르는 사이 녹고 구름 떠나듯이 어린 시절도 흘러버렸다 눈 녹는 동안 우리는 딱지치기 공기놀이들에 열중했다가 어느샌가 축구 아니면 야구로 옮겼다 들녘에 아무렇게나 자라는 복숭아, 털을 덮어쓰고 비릿한 맛을 삭이면서 커갔다 이 무렵 옥수수는 수염을 달고 탱탱하게 커갔다 나 장미 한 송이 만난 날 밤은 고추를 새우다 잠든 사이 아랫도리의 쾌감을 맛본다 앞마당 수탉이 고르지 못한 발성으로 암컷 꽁무니를 쫓는다 모래 언덕이 세월에 허물어 바다로 흘러간 자리에 초원은 푸르기만 하다 수탉이 맑은 목소리로 불러 암탉 등을 탄다 푸른 초원을 뒹굴어도 될 나이 노래방에서 세련된 발성법을 터득하여 베이스의 위치를 차지했다 봄은 훌쩍 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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