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색의 길
호 당 2010.10.14
혼자만 거창하게 이름 하여
사색의 길이라 했다
칸트가 즐겨 사색하며 걷던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카알데오도르 다리처럼
새벽만 되면 맑은 영감의 씨앗이
눈처럼 가득 내린 것 같다
이 길을 지나면 허튼 항아리가
말끔히 헹궈
맑은 물로 가득 채울 것 같다
새벽을 헤쳐
사색의 이파리를 밟으며
이 길을 걷는다
한 발짝
내 딛는 발끝으로 전달되는
잡다한 사색의 실타래를
풀어헤치려 한다
한정한 길을 끝날 때까지
한 치의 실타래를
풀지 못해서 끙끙 앓고
쉽게 실마리를 찾을 때는
고무공처럼 튄다
오늘은
항아리에 무엇으로 채웠는가
어떤 실마리를 찾았는가
나만의 사색의 길
칸트가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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