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사색의 길

인보 2010. 10. 14. 16:12


사색의 길
호 당  2010.10.14
혼자만 거창하게 이름 하여 
사색의 길이라 했다
칸트가 즐겨 사색하며 걷던 
독일 하이델베르그의 
카알데오도르 다리처럼
새벽만 되면 맑은 영감의 씨앗이 
눈처럼 가득 내린 것 같다
이 길을 지나면 허튼 항아리가
말끔히 헹궈 
맑은 물로 가득 채울 것 같다
새벽을 헤쳐 
사색의 이파리를 밟으며
이 길을 걷는다
한 발짝 
내 딛는 발끝으로 전달되는 
잡다한 사색의 실타래를 
풀어헤치려 한다
한정한 길을 끝날 때까지 
한 치의 실타래를 
풀지 못해서 끙끙 앓고
쉽게 실마리를 찾을 때는
고무공처럼 튄다
오늘은 
항아리에 무엇으로 채웠는가 
어떤 실마리를 찾았는가
나만의 사색의 길 
칸트가 된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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