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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혼의 독백
호 당 2010.10.12
내가 그곳을 들렸을 때
몇몇 희미한 불덩어리가
맥없이 타고 있었다
김빠진 맥주를 마신 그늘에는
싹 틔울 햇살은 내리지 않았다
이글거리던 태양 아래 있을 때
양음의 골짜기를 거쳐 흘러내린
지류의 수와 물줄기의 세기라든가
키워 놓은 고구마의 긁기라든가
명성을 키운 회전의자라든가
소 여러 마리 늘려 놓았다든가 하는
황혼 연설에 싫증 나버렸다
지나친 길목이 왜소했지만
지금 이 시각 황혼의 그늘을
붉고 시원하게 저물고 있다는 것을
내보이고 싶었다
그래도
아직 붉게 노을 지을 수 있는
밑뿌리가 싱싱해서
물관으로부터 힘차게
밀어 올려 붉게 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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