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0

겨울 논바닥

인보 2010. 12. 30. 16:06
:
    
    겨울 논바닥
    호 당  2010.12.30
    풍성했던 논들 판이 
    모두 내어주고 
    싸늘한 바람 한차례로 
    허허벌판이 을씨년스럽다 
    풍성했던 어머님의 가슴이
    자식새끼들 다 키우고 난 
    쭈그러든 빈 젖가슴 같다
    농로 길을 걸어 들어가면 
    빈 젖에 매달린 아기처럼 
    비둘기 떼들의 눈망울과 
    마주친다
    한쪽 귀퉁이는 
    보리가 새파란 얼굴 내밀고
    땅바닥으로 낮게 움츠리고 있다 
    차디찬 시련 견디면 
    활짝 피울 일 맞겠지
    나 귓불 빨개지면서도 
    농로를 걷지만
    빈 가슴으로 밀려드는 적막감에
    싸늘한 날 선 바람이 뒤덮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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