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호 당 2011.5.2
그 방안은
하얀 서릿발로 가득하다
구겨진 백지장 같은
얼굴에 놓인
다 닳아가는 촛불이
가물거리고 있어
그저 지나쳐 버리고
싶지 않은 얼굴이다
낮 다음에 밤이 오고
더위가 지나면 추위가 닥친다
좋다가 싫다가 아니라
거역할 수 없는 진리의 그늘
잊어버린 얼굴이 아닌 다음에야
모르고 살아갈 수 없는 얼굴인 걸
험한 산길에서
도깨비 방망이
휘두르는 일도 아닌 바에야
반드시 찾아뵈어야 할 얼굴
고개 돌려 먼 산 바라본들
내 앞에 예쁜 얼굴
그렸다 지워 본들
남이 아닌 다음에야
쉽게 지울 수 없는 얼굴
그 실핏줄에
같은 알갱이가 흐르고 있는데
강력한 자력이 뇌리에 박혀
굳게 손잡고 짚어봐야 할 얼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