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을 끓이며
호 당 2011.6.10
나는 라면을 즐긴다
딱딱한 시간만 끌어안고
침묵만 지키던 녀석들이다
항상
대기하던 그 녀석들이
꽤 날카로운 성정으로
절대 타협하지 않는
성깔이
배배꼬여 있는 듯한데도
펄펄 끓는 물로 타협하면
눈 녹듯 녹아
부들부들 유순해진다
그리고는
맛깔스러운 표정을 지어
나를 끌어들인다
어쩌면
굳이 초면에 대하는 인간이
아니더라도
각기 녹일 수 없는
각을 하나쯤 갖고 있지만
서로 끓는 물 같은
한통속에 들면
흐물흐물 녹는 것이다
그 물의 성깔에 따라
다를 것이겠지
단물에 녹아
나를 즐겁게 할
라면 한 사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