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
호 당 2011.8.4
산다는 것은
뚫린 곳곳의 구멍으로
설움도 기쁨도 일상사를
드나들게 하는 것만 아니다
비둘기가 허공을 날아
콩밭에 앉기까지의
경로는 아는 것이다
그날 아침
벼랑의 나뭇가지 붙들고
매달리지 않았다
물속에서
허우적거리지도 않았다
분명히
숨구멍은 열었을 텐데
신기루에 잠겼을까
신기루에서
허우적거리는 시간은
잃어버린 시간
분명히
존재하지 않은 허공에서
숨구멍만 열어놓았지
인격의 구멍은 막혔을 것이다
고사목은 아닐 테고
대체
나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잃어버린 시간은
위선의 삶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