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면 가상의 공간을 헤엄치다
호 당 2011.8.17
눈감을 시간에 불을 켜고
부팅이라는 이름으로
컴퓨터의 세계에 잠입한다
나 혼자만의 아이디와
비밀 열쇠로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맨몸으로 숨어든다
고정된 공간의 문을
하나씩 들어가면
야릇한 음부의 골짜기에서
신음의 소리도 들리고
야수의 골짜기랑
수려한 해변이랑
딱딱한 지식의 성층권도
마음만 먹으면 드나든다
한 번도 검문받지 않고
금기의 땅이든
모두 밟지만
지옥이나 천당의 문은
열지 못했다
가상의 공간에서
날개 접으면
고해의 바다에 팽개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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