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포 대본마을 앞바다
호 당 2011.10.21
지금
바다에 계엄령이 발령되었다
모두 닻을 내리고 담화에 귀 기울인다
흰 갈매기는 방향감각을 잃고 휘청거리며 사라지고
커다란 하마는 포효하다 흰 거품으로 부서진다
어부는 마음 졸려 문을 닫고 술잔만 기울이며
울분을 토하나 어찌할 힘이 없다
우당탕 예광탄을 쏘아 올리고, 이어 대포 소리 들린다
계엄군에 점령당한 뱃전은 물론 해안가 가구를
마구 휩쓸어도 대책을 쓸 수 없구나
함부로 날뛰다가는 누구에도 기댈 수 없는
자가당착이 될 뿐이다
대본마을의 하늘은 시커먼 물독이 터진 듯
사정없이 퍼부어 질퍽한 시간이 되었다
연막탄을 퍼뜨린 것 같은 앞바다를 가늠할 수 없구나
오래 계속하면 생계에 위협받을 텐데
라디오에서 계엄군 사령관의 담화는 함부로 행동
하지 말고 조용히 기다리라는 것
애탄 어부는 담뱃불을 짓이겨 끄고는 부두를 점검하려
박차고 나갔다
뭍으로 못 오른 고깃배는 저들끼리 몸 부딪지만
아무 탈 없이 계엄령 해제만 기다린다
남으로부터 한줄기 희소식이 들려온다
곧 계엄군이 물러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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