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질그릇
호 당 2011.11.22
폭삭 두 동강 난 질그릇
깨어져도 같은 속성이든 것이
60여 년을 흘린 지금 이질적인
속성으로 굳어졌다
처음 깨어졌을 때 금방 접착제로
붙였더라면 상처는 아물었을 텐데
워낙 세월을 흘러버려 붙이기에는
큰 비용을 써야 할 것 같다
같이 햇볕을 쪼여도
음침하게만 느끼는 한쪽은
폭삭 절인 배춧잎 같다
더구나 5,6월 서릿발이 날카롭게
떨쳐 얼어버린 풀잎이 깨어나려는
몸부림이 애처롭다
이것을 보고도 군화 끈 바짝
동여매고 핵 깃발을 드높이는
데만 매달린다
같은 질그릇이면서 너무도
변해버려 봉합에 따른 거부반응을
어떻게 치료할까?
세월을 두고 붉게 변한 속성을
정화수로 흘려보내
묽게 하는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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