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1

수궁에 들다

인보 2011. 12. 14. 13:29




 

      수궁에 들다 호 당 2011.12.14 한동안 파인 허방을 메우려 수궁에 들어선다 누구나 같은 의식을 치려야 한다 옷을 벗는다 외피로 가린 나의 가면을 같은 성별 같은 씨족 앞에서 당당하게 벗어 던진다 근심했던 시간만큼 부푼 무개는 부리고 알몸인 나의 무게만 알리고 통과의 증표 타올 한 장을 받는다 스르르 대문 열고 수궁 水宮에 깊숙이 들어간다 온몸을 감싸는 수궁녀의 마찰과 감미로운 마사지는 뼛속까지 스며드는 마력에 허방의 찌꺼기가 사라진다 수궁에서 나와 체중계에 알몸을 실으면 감량한 만큼 허방을 매워 놓았으니 산뜻한 마음으로 생을 꾸린다.

       


'자작글-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시들지 않은 어린싹  (0) 2011.12.15
괴로움  (0) 2011.12.15
소녀들  (0) 2011.12.13
허망된 욕심을 버릴 때  (0) 2011.12.13
텃새  (0) 201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