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1

왕벌

인보 2011. 12. 22. 11:36

        
        
        
        왕벌 
        호 당 2011.12.19
        날개 퍼덕여 군림하던 왕벌이
        날갯죽지도 호령도 굳어 멈췄다
        병든 왕벌을 우상처럼 떠받들고 
        차디찬 시간에서 먹구름에 덮여 
        견뎠다
        얼음 꽁꽁 어는 소리를 깔고 
        그 위에서 주전자에 물 끓여
        따뜻한 차 마시며 오직 독침 
        만들어 갈무리하거나 위협하는 
        데만 보냈다
        호령하던 왕벌도 병마 앞엔 
        세월 앞엔 당할 재간은 없다
        그의 음성은 바싹 마른 풀잎 되어
        움켜쥔 손아귀에서 부스러기로 되어
        흩날려 흩어졌다
        그러나 
        낙엽이 됐다 해도 구름의 색깔은 
        아무도 예측 못 할 상황
        추위에 떨고 있는 시든 풀들이
        봄날을 맞아 다시 생기 찾을 것인가
        대를 이은 왕벌을 더 이어갈 것인가
        거미줄에 덮인 날갯죽지를 걷어내고 
        활짝 펼 것인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자작글-011'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움켜쥔 손  (0) 2011.12.22
      철새무리 날다  (0) 2011.12.22
      식탐 -공동회식-  (0) 2011.12.17
      허방 한 점  (0) 2011.12.16
      시들지 않은 어린싹  (0) 2011.1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