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문자의 무게를 배우기 싫다

인보 2012. 2. 8. 21:28

 
문자의 무게를 배우기 싫다 
호 당 2012.2.8
노을이 문 앞까지 
미치는 즈음
우쩍한 마음으로 
그 문을 들어선 것은
문자의 무게를 느낀 
세월이었기 때문이다
흑판에 신통한 묘약이 
게시될 줄 알았더니 
마음에 닿지 않는 낱말뿐
알지 못하는 알쏭달쏭한 말
밝디밝은 길을 두고
어스름한 뒷골목을 누비며
잘도 걸어왔는데
창밖의 펼친 풍경은 
몰라도 됐거든 
머리 썩혀 얽매인 시간은 
고통일 뿐
싫어
세상은 
획획 앞을 나아가는데
그 자리에 있어도 
모두 저 멀리 달아나도
사과나무 심을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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