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숟가락

인보 2012. 9. 15. 13:51


숟가락  
호 당 2012.9.15
저 식당의 숟가락은 
누구의 입에서 희롱했을까
새하얀 얼굴에 육자배기
장단 처도 좋을 
젓가락도 놓였다
수많은 이가 거쳐 간 지문이 
새겼다 지웠다 남았다
내가 잡은 숟가락이 
입에서 시중든다
아주 똑똑하고 명확하게 
맛으로 향으로 치장하고
옆에서 시중드는 꽃녀다
나는 그녀와 키스하듯 
쪽쪽 빨아댔다
그때마다 오감을 만족한다
달콤한 그녀와 불장난이었을까
아니다
그 일이 끝나고 
미련 없이 놓아준다
또
누구와 입 맞추고 시중들까
거울에서 
내 입술을 비춘다
입술이 부풀었다
독 묻은 꽃뱀녀의 혀였나
아무렇게나 잡은 숟가락으로 
내 욕망만 채운 것이 독이었나
꽃뱀 같은 숟가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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