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글-012

노총각

인보 2012. 10. 31. 16:56
      
      노총각  
      호 당 2012.10.31
      무쇠 난로 아가리 벌리고 
      목말라한다
      내가 콧대가 높은 것이 아니고 
      항상 엇박자는 불협화음만 
      내고 말았지
      내 아가리에 석탄 한 움큼 삼키고 
      붉게 몸 달아오를 때야 와 모여든다
      초록 연지 사향 냄새 풍기면서 빨갛게
      맴돈다
      아가씨 치마폭만 벌리고 있다가 
      내 양기만 빼 마시고 가버린다
      난로 위 주전자에 물 끓는다 
      미니 치마가 커피 한 잔 타 마시고 
      커피 맛 좋네요 
      그 한 마디에 부풀려 놓은 풍선이
      더는 부풀리지 않고 만다
      난로 맥이 풀려나가니 아무도 
      흘기지 않는다
      더 풀리기 전에 밤에 초롱불 밝혀
      불나비나 불러들일까
      아서라
      아무리 목말라도 무턱대고 물 마실 일 
      아니다 
      난로는 식어가도 총각은 느긋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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